Aug 30, 2010

나는 열한 살 때부터 글을 써왔어요. 독학이었죠. 정규교육이라곤 볼 게 없어요.
명예학위를 여러 개 받았지만, 내가 공부해서 받은 대학 졸업장은 없어요. 도서관과 책이 나의 학교였어요.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문학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자 하는 호기심과 욕망이 나의 학교였어요.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한테는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들이죠.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지고 싶은 젊은이들에게는 내 이 말이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문예창작’이라는 강의가 있더군요.
미국에서 한 번 가르쳐 봤는데, 내 결론은 ‘이건 아닌데’였어요. 그 뒤로 다시는 그런 수업을 맡지 않았지요.
작가가 된다는 것은 오페라 가수가 되는 것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 가수는 분명 특별한 성대를 갖고 태어났을 거예요. 나한테는 없고, 아마 당신한테도 없을 확률이 높은.
나는 샤워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그게 전부지요. 내가 아무리 성악 레슨을 받는다 해도, 평생을 받는다 해도, 오페라 가수는 될 수 없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어떤 기질을 갖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절대 작가가 될 수 없어요.

이 기질의 특성을 몇 가지 나열하자면, 먼저, 파고들기를 좋아해야 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어떤 대화를 우연히 들었을 때,
줄을 서있는데 어떤 사람의 몸짓이 눈에 띄었을 때,
아하 사람들은 이렇구나 하고 읽어 낼 수 있는 고도의 관찰력과 민감함이 있어야 합니다.
작가는 사람들이 말할 때 배우지요.
사람들이 다투는 걸 들으면, 작가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을 채워 넣는 것을 배웁니다.
물론 살면서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능력도 따라오지요.
그러나 먼저 극도의 예민함이 있어야 합니다. 귀는 항상 세워져 있어야 하고 눈은 항상 크게 떠져 있어야 합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러면 작가가 되는 거예요.

성공적인 결혼 생활의 비결이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신비, 이것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거예요.
호흡이 잘 맞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요. 호흡이 맞는다는 것은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키를 타러 함께 간다든지, 골프를 함께 치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그런 것도 좋기는 하지만요.
우리는 갈등 많은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났잖아요. 우리 세대는 그 갈등이 80년이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말하는 부부 간 호흡이라는 것은 정치적 견해를 말합니다.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나라에서 인종주의자라든가 아파르트헤이드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하고 함께 산다거나 연애조차 한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가치를 공유하는 것, 인간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 이러한 신념을 공유하는 것이 나한테는 결혼의 기초 조건입니다.
이러한 신념이 자식들을, 친구들을, 심지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지혜’라는 단어는 나이가 들면서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나이가 들면 이런저런 것에서 손을 떼고 맘 편하게 뒤로 물러나고 절로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착각이 없더라고요. 노년이란 두 번째 사춘기더라니까요.

Andrew Zuckerman(앤드류 저커먼)의 Wisdom 중 Nadine Gordimer(나딘 고디머) 부분 발췌


작가들의 조언은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부분에서 비슷한 맥락이 있다고 느낀다.
권윤덕 선생님도 작가의 소양에 대해 위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고,
예전 강연회에서 만난 Iwona Chmielewska(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도
반짝이는 눈으로, 소녀같은 얼굴로 그 비슷한 말씀을 하셨었다.

네이버캐스트 <우리시대의 멘토>에서
Andrew Zuckerman의 Wisdom을 연재해주니 오 땡큐! 챙겨보곤 했었는데,
지난 봄 이후로 업데이트가 없다.
언젠가 소장하고싶다 생각해왔지만 주머니 가여운 지금은 아닌데. 아쉽다.
좋았던건 위의 Nadine Gordimer와
Hendrik Magdalenus Bruna(딕 부르너) Charles Thomas Close(척 크로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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